걸그룹, 그럼에도 '섹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14. 1. 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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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여가수와 선정성 논란의 역사는 꽤 길다.

저 멀리 김완선에서부터, 엄정화, 이효리, 아이비, 최근 현아까지 내로라 하는 여가수들이 '야하다'는 거센 지적과 '멋지다'는 응원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으며 조금씩 표현 영역을 확장시켜왔다. 이 표현 영역 확장이 '문화 발달'인지, '말세의 징조'인지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여가수들에게 있어 선정성 논란은 '있으면 방해되지만, 없어도 허전한 것'이 된 상태다.

현아의 퍼포먼스나 애프터스쿨의 폴아트처럼 방송 불가까지 떨어지면 활동에 지장을 받지만, 전혀 아무 논란이 없다는 것은 신곡의 그 어떤 부분도 대중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못했다는 뜻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바로 그거다. 민감한 부분을 얼마나 건드릴 수 있느냐. 아무도 공식적으로 내뱉지 않지만, 가요와 섹슈얼리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교복 입은 가수를 향한 환호를 로리타 콤플렉스로 해석하는 것도, 아예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실연의 상처로 흐느끼는 발라드 가수도,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도 결국 성적 매력이 중요하다.

과학적 근거는 없어도, 인기 가수들의 수명이 배우에 비해 훨씬 더 짧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게 가요계 중론이다. 한 베테랑 가요관계자는 "남자든, 여자든, 가수는 대중에게 '이성'으로 안보이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정답이다.

완전히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20~30대 여성들이 드라마 주인공에 주로 마음을 뺏기는 동안 10대 소녀팬들은 보이그룹을 본다. 반면 남성들은 연령불문 걸그룹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걸그룹의 수위는 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성들은 귀엽고 깜찍한 걸그룹의 '내숭'에 반감을 가지는 반면 멋지고 당당한 섹시 아이콘은 동경한다. '내숭'은 일상에서 지겹도록 보고, 하는 것이지만 당당한 섹시함은 여전히 신선하기 때문이다. 섹시 콘셉트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건은 수위조절이다. 대중은 무조건 벗어제낀다고 하지만, 사실 이들의 수위는 매우 까다롭고 치열하게 정해진다. 대표적인 섹시 걸그룹 멤버가 컴백 티저를 직접 체크하면서, 가장 수위가 센 장면과 약한 장면을 잘라내고 강약 조절에 공을 쏟던 장면은 사실 기획사가 시키는대로 벗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쏟아내는 대중이 상상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핵심은 민감한 부분을 얼마나 건드릴 수 있느냐지만, 더 중요한 키는 얼마나 '아닌 척' 건드릴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신곡 '섬씽'으로 컴백해 선정성 논란의 중심에 선 걸스데이도 "은근하되, 강하게가 모토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강하게 자극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얼핏 앞뒤가 안맞는 이 문장을 실현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섹시 그룹 도전을 당당하게 외치며 웬만한 섹시 콘셉트엔 무뎌진 기자도 깜짝 놀라게 했던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한 그룹은 "선정성 논란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무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며 핫해졌으면 좋겠다"고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했지만, 놀랍게도 논란은 없었다. 대신 조용히 활동이 마무리됐다. 쉽지 않은 승률인 것이다.

대신 성공하면 그 성과는 폭발적이다. 데뷔 시기엔 발랄함, 실력파, 청순함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걸그룹들이 2~3년 활동만에 섹시 그룹으로 '통일'되고 마는 것은 가요관계자들의 기획 마인드가 안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한해 히트곡 순위만 봐도, 이들 곡이 성적 자극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멜빵춤을 추기 전의 걸스데이와 후의 걸스데이의 위상만 비교해봐도 답이 나온다. 성공한 청순 걸그룹들의 무대 의상도, 가사도, 결코 청순하지만은 않다.

실력파로 론칭했으나 최근 섹시 콘셉트에 나선 한 걸그룹의 관계자는 명료하게 말했다. "섹시가 답이다." 그 걸그룹은 허공에 소리치는 듯한 기분에서 이제야 벗어난 것 같다고 했다. 반응이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걸그룹도 마찬가지다. 수위를 높이자, 다른 음악, 다른 무대, 다른 색깔로 쏟아부었던 투자금이 한방에 회수됐다. 이 걸그룹 회사 대표도 말했다. "섹시가 길이다."

섹시가 답이라고 무작정 야하게 나오는 건 당연히 비판 받아 마땅할 일이다. 하지만 더 폭력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전에 '알아서' 묻힌다. 그리고 '무작정' 자극성만 높이기엔 가수들도 수위 조절이 관건이라는 걸 잘 안다. 사실 자극성 순으로만 걸그룹 인기가 결정된다면, 현재 톱걸그룹은 소녀시대가 아니라 라니아여야 했다.

현재 가요계 섹시 콘셉트는 차라리 대중과 함께 벌이는 게임에 가깝다. 여기까진 OK, 저건 패스? 매일 펼쳐지는 무대마다 수위가 바뀌고, 컴백시마다 비장의 무기가 달라진다. 그렇게 한 시대 문화가 포용하고, 거부하는 표현 영역이 땅따먹기 하듯 오간다.

새해 걸그룹의 섹시 전쟁이 한창이라는 보도에 쏟아지는 원색적인 비난을 보고 컴백을 앞둔 한 걸그룹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래. 무플로 고생했던 거에 비하면, 악플이 낫다. 이제야 링 위에 올라선 기분이다. 일단 링 위에 올라야 이기든 지든 승부를 벌일 수 있는 것 아니겠나."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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